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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너의 색 관련 사진

    영화 '너의 색'은 '목소리의 형태' , '케이온!'으로 유명한 '야마다 나오코'의 신작
    사람을 색으로 보는 소녀 '토츠코'의 이야기입니다.
    따뜻 따뜻, 몽글몽글. 감수성이 풍부한 작품처럼만 보이지만 사실 내재된 주제 의식이 상당히 강한 작품입니다.

     

    1. 작품 설명

    낫짱은 귤색, 루이는 녹색, 키미는 푸른색.
    사람이 색으로 보이는 소녀 영화의 주인공 '토츠코'처럼 우리의 눈에 보이는 타인의 모습이 색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어떤 색을 하고 있을까요? 이왕이면 하늘이나 바다와 같은 맑고 예쁜 파랑이나 다정하고 편안한 느낌의 초록이면 좋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색이 나의 색일 확률은 굉장히 드물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대부분 내가 정한 게 아닌 수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스펙트럼이 어떻게 작용하냐에 따라 다르게 비칠 테니까요. 이 말은 즉, 내가 어떤 색이 되고 싶다면 지금 내가 어떤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면밀히 알아야 한다는 뜻을 내포합니다. 지금보다 좀 더 나를 사랑해야 가능한 일이겠죠.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색을 찾는 걸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SNS 말고 마음이나 대화의 교감이 아닌 미디어와 텍스트로 접한 정보들은 외형이나 성격, 속성 등으로 서로를 분류하며 비교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었고 도축장의 고기들처럼 매겨진 등급은 오히려 알 수 없는 거리감을 조성하며 서로를 멀어지게 만들었어요. 이제 우리는 타인과 어떻게 대화하고 교감했었는지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사고 싶은지조차 타인을 의식해서 결정하거나 그 결정조차 내리지 못하게 되어버렸죠. 그러니 그 공허함을 마주할 때 우리는 외로움에 잠기게 되는 겁니다. 이는 결국 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결론에 도달하게 하며 스스로를 채찍질을 하게 만드는 것 같네요. 우리가 역사상 가장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행복지수는 나날이 내려가고 있는 이유. 영화 '너의 색'은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을 색으로 본다는 다소 판타지적인 모티브에서 출발했지만 사실 지극히 현실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작품인 것이죠. 실제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계기에 대해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아가는 영화,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용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거예요. 영화는 이런 감독의 따뜻한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어느 프레임에서 멈춰도 그림 한 장이 되는 감성적 분위기 섬세하고 따듯한 작화를 선사했습니다.

     

    2. 색과 음악의 의미

    영화를 3막으로 구성한다면 1막은 색, 2막은 음악, 3막은 이 둘의 조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번 영화에서 '색'과 '음악'은 작품의 핵심 뼈대로 작용하며 주제부를 부각하죠. 감독은 이 두 가지 요소를 모티브로 삼은 이유는 이 두 개념의 유사성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우리가 느끼는 색은 사실 하나의 색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마치 인상파 화가의 그림처럼 수많은 색의 파장으로 모여져 있는 형태, 흰색의 빛도 사실 아무 색도 아닌 것 같지만 잘라내면 어느 색이든 될 수 있는 색의 융합체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느끼는 색과 곤충 동물들이 느끼는 색이 다른 것처럼 같은 사물도 보는 이에 따라 다른 색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죠. 소리 또한 마친 가지인데요. 어떤 소리가 모이냐에 따라 다른 화음을 구성하지만 또 이를 일정한 주파수로 만들거나 너무 많은 소리가 모이면 화이트 노이즈가 되죠. 이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과 닮아 있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듯 사람에게도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점이 존재하고 내가 어떤 색이냐에 따라 주변 사람들도 분명 영향을 받게 돼요. 좋은 소리가 모이면 멜로디가 되지만 나쁜 소리가 모이면 소음이 되는 것처럼 관계에서도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이 분명 존재하죠. 그러니 감독은 사람의 감정을 색으로, 그런 감정들이 영향을 끼치는 모습은 음악으로 비유하여 우리의 삶 속 무수히 많은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니 우연히 만난 세 사람의 색의 발현이 맹숭맹숭 화이트 노이즈에서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으로 발현될 수 있었던 건 색과 소리의 따뜻한 특징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퍼졌으면 하는 감독의 바람, 이 영화를 기획한 의도인 것이죠.

     

    3. 실제 모델이 된 장소

    영화는 일본의 도시,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합니다.
    기독교의 미션 스쿨이 작중 주요 무대니만큼 과거 그리스도인들이 이주해 살던 도시라 이번 영화의 배경에 사용했다고 해요. 실제 영화의 장면과 매치해 보면 거의 그대로 작화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츠코가 기도를 올리는 예배당은 크로시마 천주당, 아이들이 등교하는 등교 길은 동동 언덕, 가장 좋았던 전차가 나오는 장면이 있던 곳도 나가사키 정류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베르나드 관광거리, 키미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던 상가 거리는 나카도오리 상가, 밴드 공연이 있었던 곳은 사세보 시민 문화홀이며 세 사람이 밴드 연습을 하는 낙도의 교회는 고토시에 있는 구 올림픽 교회당을 모티브로 삼았으며 그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면 어떤 소리가 날지까지 그대로 재현했다고 합니다.
    잠깐 밴드의 대해 살펴보면 3명의 아이가 만든 밴드의 이름은 '시로네코도'인데 그들이 만난 헌 책방에 이름이자 토츠코를 키미에게 안내한 흰 고양이를 일본어로 표현한 말입니다. 이는 세 사람의 만남이 운명처럼 이루어졌다는 걸 암시함과 동시에 무색의 토츠코를 비유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흰색은 아무 색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세상의 모든 색이 모여 만들어진 완전한 색, 무한한 가능성의 색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등장했던 항구는 기도의 섬 신카미고토의 항구라고 하네요. 
    영화를 보고 난 후 실제 존재하는 장소들을 같이 검색하여 보았습니다. 신기하면서도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모든 관객들이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디테일을 찾는 재미도 같이 느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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