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원작과 비교, 아쉬웠던 점, 유준의 죽음 해석

1. 원작과 비교

원작은 중화권에서 꽤나 인지도 높은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재능 천재 주걸륜 씨가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아 연출했으며 그는 원래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만큼 작중 등장하는 이 어마무시한 연주곡들을 직접 소화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특히 피아노 배틀 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소름 돋을 정도였습니다. 원작의 상대 배우역에는 단발이 잘 어울리는 배우 계륜미 씨가 캐스팅되어 미모와 미소로 열연했는데요 주걸륜 씨는 계륜미 씨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영화 '남색대문'의 인상 깊은 연기 때문도 있지만 사실 자신의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배우여서라고 밝히기도 했던 만큼 당시 많은 청년들의 첫사랑이 되었던 배우였어요. 주걸륜 씨가 재능을 이용한 자기만족을 성취한 셈이죠. 물론 그래서 더 열심히 하신 건지 결과적으로 영화는 초 대박이 나버렸습니다. 작품은 당시 인기가 너무 많았어서 내수 극장 점유율이 1~2%도 안 됐던 자국 영화 점유율을 20%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며 글로벌 팬들을 양산시키다 보니 영화를 촬영했던 장소들은 대만의 관광 명소가 되기도 하는 등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대만 영화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 또한 너무 애정하는 작품이라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종종 꺼내봅니다. 지인들이 로맨스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반드시 권유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2. 아쉬웠던 점

이번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수성은 연출부터 현대적인 감성을 담아 보기 좋고 아름답게 묘사되었습니다. 투박한 원작을 예쁘게 포장해서 다시 내놓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잘 그린 그림이나 재밌는 영화가 꼭 좋은 작품은 아니잖아요? 어떤 메시지나 감정을 담아 작품을 만드는지에 따라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가치가 생기는 것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 영화의 가치는 클라이맥스로 치닫아 도달한 모든 장면들이 모여 완성되었을 때 매겨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번 영호는 마지막 모든 퍼즐조각이 정교하게 맞아떨어졌을 때 북받쳐 오르는 감정이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이 작품의 제목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비밀도 이미 말을 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한번 더 감출만큼의 무게감을 가진 비밀이야기가 주제이기도 하죠. 원작은 이런 비밀의 무게를 더 가중시키기 위해 어머니에게 시간여행의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오거나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는 장면 후에 이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하는 등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현실에서는 더 멀어지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그녀가 느꼈을 절망감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비밀이었고 늘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현실에서 도망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더 매달리는 이유였어요. 그러니 감독은 그녀의 복잡한 심경과 비밀의 무게를 베이스로 영화를 연출했으며 연기뿐 아니라 장면의 분위기나 사랑이 벅차오르는 순간에서조차 구슬픈 OST로 분위기를 계속 차분하게 끌고 갔던 것이며 클라이맥스의 퍼즐이 완성되었을 때 앞단의 모든 사건과 감정이 공명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이런 비밀을 혼자 감수하면서도 너무 밝고 명랑한 연기, 친구가 없거나 비밀이야기를 안 하고 다녔을 성격도 아닌 것 같은데 이런 현실적 묘사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시종일관 밝은 배경과 로맨틱한 음악들을 주류로 장면이 연출되었어요. 물론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 관점에서는 보기 좋고 예뻤지만 모든 상황이 극으로 치닫는 결말과 극 중 장면 하나하나 감정의 조각들의 다 모였을 때 뭔가 이가 빠진 느낌과 이구가 맞지 않는 기분... 감정을 끌어올리는 힘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3. 유준의 죽음 해석

원작은 샤오위가 샹륜을 그리워하다 못해 천식으로 사망한 설정인데 이는 천식으로 죽은 쇼팽에 대한 복선에서도 드러난 바 있고 그녀가 누워있는 장면, 집에 두고 간 천식 치료제를 굳이 병치해 보여준 이유, 샹륜의 아버지도 그녀가 잘못되었다는 식의 표현을 썼었죠. 하지만 엔딩에서 두 사람은 같이 졸업사진에 찍히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그녀가 죽지 않고 살아서 과거로 돌아온 샹륜을 만났다고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샹륜이 그녀가 자신을 알기도 전 더 먼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기 때문이며 샤오위는 현실에서 운명적 상대인 샹륜을 만났기 때문에 죽는 미래가 바뀌었고 과거로 넘어온 샹륜과 졸업을 하게 된 것이죠. 이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기다렸던 연인이 아니라 처음 본 사람과 눈이 마주친 듯 어색한 인사를 건네고 공부를 하던 샤오위의 모습을 통해 보였고 샹륜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것이라면 그 또한 샤오위 눈에 밖에 보이지 않을 텐데 어떻게 생활을 하고 같이 졸업을 하냐는 질문에 감독은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하면 처음 본 사람만 그 사람을 인지할 수 있는데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면 그 시간대 모든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니 리메이크작의 결말 또한 정아가 있는 과거로 돌아간 유준이 그녀와 함께 살아가게 되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원작과 다른 점은 정아가 사망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 먼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정확하게 정아의 시간대로 돌아가 서로를 알아본 것이며 바로 데이트하는 장면으로 연결된 것이죠.